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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죽지 않았다. 본문

넉두리, 번뇌/월드잡소리

트럼프는 죽지 않았다.

가온아 2025. 9. 1. 09:00

이런 찌라시는 정말 죽지도 않고 잘도 돌아다니네 -_-;;

목차

서막: 고요함이 부른 소문

2025년 8월 30일, 당신이 X(구 트위터)를 열었다면 ';#TrumpIsDead'라는 섬뜩한 해시태그가 타임라인을 점령한 것을 보았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정말 사망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하지만 이 하나의 해시태그가 어떻게 전 세계 인터넷을 뒤흔드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었을까? 그 중심에는 정치적 불안, 교묘한 가짜 뉴스, 그리고 대중의 심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번 소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작되었다. 8월 30일과 31일 주말 일정이 비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 피어오르던 의심의 연기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졌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침묵'은 때로 그 어떤 발언보다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하는 법이다. 이 공백을 파고든 것은 바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었다.

소문의 3요소: 부통령, 심슨, 그리고 건강 이상설

하나의 해시태그가 이토록 큰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폭제가 필요하다. 이번 '트럼프 사망설'은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JD 밴스 부통령의 '비극' 발언

소문의 불씨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JD 밴스 부통령이었다. 그는 8월 27일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비극(terrible tragedy)"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직을 승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과 에너지를 강조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끔찍한 비극'이라는 단어는 맥락이 제거된 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마치 무언가 임박했다는 불길한 신호처럼 해석되었다. 이는 정치인의 발언이 어떻게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고 소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심슨의 예언'이라는 오래된 미끼

인터넷에서 음모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를 닮은 캐릭터가 2025년 8월에 사망한다는 내용의 '심슨 예언' 영상이 바이럴되기 시작했다. 물론 해당 영상은 AI로 조작되었거나 과거에 방영된 적 없는 가짜 클립이라는 사실이 금세 밝혀졌지만, 소문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슨의 예언'은 이제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클릭을 유도하는 강력한 미끼가 되었다.

실재하는 건강 문제와 부풀려진 의혹

모든 거짓말이 그렇듯, 가장 설득력 있는 거짓말은 약간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7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리 부기 증상으로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질환이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 이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사망설에 신빙성을 더하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손등의 멍 자국 사진과 같은 과거의 논란까지 재소환되면서, 작은 사실들이 거대한 의혹으로 부풀려지는 '스노우볼 효과'가 발생했다.

가짜 뉴스의 역사: 왜 트럼프는 반복되는 표적이 되는가?

사실 '트럼프 사망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코미디언 팀 하이데커가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 정책을 시험하기 위해 시작한 해프닝부터, 2023년 아들 계정이 해킹당해 사망 소식이 게시되었던 사건까지, 그는 꾸준히 가짜 뉴스의 표적이 되어왔다.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트럼프 자신이야말로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키고, 미디어를 공격하며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흔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어낸 정보의 혼돈 속에서, 이제 그 자신이 그 혼돈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한 명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의 극적인 정치 스타일과 그를 둘러싼 극단적인 지지와 반대는 그를 둘러싼 모든 정보를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고, 이는 가짜 뉴스가 번성하기에 최적의 토양이 된다.

결론: 디지털 시대의 진실과 혼돈

결론적으로, 2025년 8월의 '트럼프 사망설'은 단일 사건이 아닌, 현대 사회의 정보 소비 방식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권력자의 침묵이 만든 공백, 정치적 맥락이 제거된 자극적인 발언,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예언',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인 전파력이 결합하여 거대한 허상을 만들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건재하며, 아마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 소동을 비웃는 글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손가락 하나로 정보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되었다.

참고 자료

[1]
Social media went into a frenzy as the phrase 'TRUMP IS DEAD ...
https://www.instagram.com/p/DN-GNAfkbBO/
[3]
[4]
The Simpsons Did NOT Predict Trump Would Have A Heart Attack In ...
https://www.yahoo.com/news/articles/fact-check-simpsons-did-not-020115179.html
[5]
트럼프, 만성 정맥부전 진단…백악관 “70대 흔한 증상”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5/07/18/HTDUATDIRJGIZEC4OEHG5S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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