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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후, 과연 세계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가온아 2025. 8. 25. 09:00
트럼프 시대, 재편되는 세계 질서: 변화의 핵심 동력과 미래 전망

트럼프 시대, 재편되는 세계 질서: 변화의 핵심 동력과 미래 전망

문제 배경과 핵심 요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단순한 선거 구호를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 접근법은 과거의 동맹 중심적, 다자주의적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국제 관계를 국익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거래적(Transactional)' 시각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과 일방주의(Unilateralism)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Wikipedia). 트럼프 행정부는 스스로를 고립주의가 아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족주의자로 규정하며, 기존의 다자 협정보다 양자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기조는 무역, 안보 동맹, 국제기구 등 거의 모든 외교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 질서 재편 시도,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 그리고 유엔(UN)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로부터의 탈퇴 혹은 역할 축소는 모두 '미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구체적인 발현이다. 본고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을 분석하고, 재편되는 세계 질서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글로벌 무역 질서의 대격변: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의 재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가장 가시적이고 파급력이 큰 변화는 무역 분야에서 나타난다. 관세를 핵심 무기로 삼아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미중 갈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시켰고, 유럽연합(EU)과 같은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마저 '경쟁자'의 시각으로 재설정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 세계 기업들로 하여금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 관세 장벽과 기술 패권 경쟁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2기 들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산 수입품 거의 전부에 대해 60% 이상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품목에는 145%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관세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Wikipedia, 2025 escalation). 이는 단순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넘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거래적 접근법의 산물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의 심화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 노력을 가속화시켰다. 예를 들어, 2025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OpenAI나 구글 딥마인드에 필적하는 성능의 AI 모델을 공개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계 관세 부과, 일대일로(BRI) 참여국과의 무역 확대, 비관세 장벽 활용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며 중국 국민들의 고혈과 피를 바탕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Peace Diplomacy).

이러한 갈등은 양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버짓모델(PWBM)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GDP를 약 6%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PWBM, 2025), 이는 관세가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이 막대함을 시사한다.

대서양 동맹의 균열과 새로운 타협: 미국-EU 무역 관계

미국과 유럽의 관계 역시 '미국 우선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인 동맹 관계는 상호 이익을 위한 치열한 협상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2025년 7월, 미국과 EU는 EU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포괄적인 관세 상한선을 설정하는 새로운 무역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White House Fact Sheet). 이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민감한 품목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27.5%의 고율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EU가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The Guardian).

이에 대응하여 EU는 자체적인 방어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등에 부과했던 상징적인 보복 관세를 넘어, 이제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반강압법(Anti-Coercion Instrument)'과 같은 보다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Politico.eu). 이 법안은 특정 회원국이 제3국의 경제적 협박을 받을 경우, EU 차원에서 관세 부과, 공공 조달 시장 접근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유럽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일본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는 등 아시아로 무역 관계를 다변화하며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추구하고 있다(GIS Reports). 하지만 EU 27개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통일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와 'China+1' 전략의 부상

격화되는 미중 갈등과 전반적인 무역 불확실성은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수십 년간 구축해 온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집중되었던 생산 기지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거나 다변화하는 'China+1'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베트남, 멕시코, 인도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은 2024년 기준 미국으로의 수출이 GDP의 28.7%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했다(Friedrich Naumann Foundation for Freedom).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필연적으로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 새로운 생산 시설 구축, 물류 시스템 재설계, 현지 인력 교육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결국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부품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비용 압박과 중국 OEM 업체와의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Automotive Logistics). 전자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비디오 게임 콘솔의 약 86%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황에서, 고율 관세는 콘솔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Fast Company). 이처럼 공급망의 파편화는 특정 산업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불확실성을 상시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핵심 요약

  • 무역 전쟁의 진화: 단순 관세 부과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과 디커플링으로 심화.
  • 동맹 관계의 재정의: 미국-EU 관계는 안보 동맹에서 경제적 경쟁 관계로 전환되며 새로운 무역 규칙이 형성.
  •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를 위한 'China+1' 전략이 보편화되면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파편화되고 비용이 증가.

지정학적 지형의 변화: 동맹, 적대, 그리고 다자주의의 위기

'미국 우선주의'는 무역을 넘어 안보 지형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통적인 집단 안보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에 대한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며, UN을 비롯한 다자주의 시스템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힘의 공백을 만들고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흔들리는 안보 동맹: NATO의 '책임 분담' 논쟁과 미래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게 지속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왔다. 기존의 'GDP 2% 지출' 목표를 넘어, 2025년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2035년까지 GDP의 5%(핵심 국방비 3.5% + 관련 안보 지출 1.5%)를 국방 관련 예산으로 지출한다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었다(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이러한 압박은 '무임승차론'에 기반한 것으로, 유럽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NATO 헌장 5조에 명시된 '집단 방위'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국에 대한 자동 군사 개입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은 동맹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ESPAS Report).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는 유럽에 큰 충격을 주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이는 독일의 '차이텐벤데(Zeitenwende, 시대적 전환)' 선언처럼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유럽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자율성'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Politico).

예측 불가능한 대러시아 정책과 군축 체제의 붕괴

대러시아 정책은 트럼프 외교의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내세우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대화와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CNN).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는 등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한다(The Guardian). 이러한 모순적인 접근은 동맹국들에게 혼란을 주고, 러시아에게는 오판의 여지를 제공하여 국제 안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냉전 시대부터 국제 안보를 지탱해 온 군축 체제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2019년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서 공식 탈퇴했다(BBC). 이후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도 탈퇴했으며, 러시아와의 유일한 핵 군축 조약이었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핵심적인 군축 조약들의 무력화는 미-러 간의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으며,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없는' 국제기구: UN과 WHO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

'미국 우선주의'는 다자주의의 상징인 국제기구의 위상과 기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실패와 중국 편향성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White House Executive Order). 미국의 탈퇴는 WHO 전체 예산의 약 15%를 차지하는 재정 공백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기술 및 인력 지원 시스템을 약화시켰다(Johns Hopkins University).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그의 행정부는 다자주의 기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유엔(UN) 역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유엔 분담금 삭감, 평화유지군(PKO) 활동 예산 전면 삭감 등을 추진하며 유엔의 역할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이러한 미국의 후퇴는 국제기구 내에 힘의 공백을 만들었고, 중국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WHO와 유네스코(UNESCO) 등 미국이 영향력을 줄인 기구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늘리고, 자국 인사를 주요 직책에 진출시키며 국제 표준과 규범 설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Think Global Health).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된 다자 체제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우선주의'의 세계관: 국경, 이민, 그리고 주권의 재정의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근간에는 '주권'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강력한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특히 국경 통제와 이민 정책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망명 신청 요건 강화, 그리고 합법 및 불법 이민 모두를 대폭 축소하려는 시도는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의제이다(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25년 초, 행정부는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민 정책을 급격하게 재편했으며, 이는 연방정부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는 조치로 평가받았다(New York City Bar).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법 및 인도주의 규범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미국 난민 수용 프로그램(USRAP)을 사실상 중단하고, 이민자 구금 시설 예산을 4배 이상 증액하는 조치는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National Immigration Law Center). 이는 국경 지역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책이 다른 국가들의 난민 및 이민 정책에 영향을 미쳐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적 경향을 강화하는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가 국제적 책임과 어떻게 충돌하고 재조정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결론: 새로운 질서의 서막 - 거래적 세계관과 파편화된 미래

트럼프 시대가 가져온 변화는 일시적인 혼란이나 예측 불가능한 리더 개인의 스타일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Order)'가 힘의 논리에 기반한 '거래적 질서(Transactional Order)'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동의 서막이다. 2025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모든 다자 기구 가입 및 국제 조약 참여 현황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이 새로운 질서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다자주의의 쇠퇴와 다극화 심화: 미국이 국제 문제 해결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 여러 행위자가 각자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파편화된(fragmented)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헤게모니가 부재한, 더욱 경쟁적이고 불안정한 국제 환경을 의미한다(CIGI).
  • 불확실성의 상시화: 동맹 관계, 무역 규범, 국제기구의 역할 등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협상과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국제 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키며, 모든 국가에게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세계는 더 이상 안정적인 규칙과 예측 가능한 강대국의 리더십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각국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개척하고, 경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연 새로운 시대는 모든 국가에게 고통스러운 적응 과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향후 수십 년간의 국제 질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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