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466)
가끔 보자, 하늘.
문피아에서 정식 연재를 시작합니다. https://novel.munpia.com/560104 Chrono Rift(크로노 리프트) - 웹소설 문피아g6398_ljh6341 - g6398_ljh6341 - 대균열이 대륙을 갈랐다. 문명은 무너졌고, 남은 자들은 폐허 위에 나라를 세웠다. 500여년이 흘렀다. 균열의 흉터 위로 도시가 들어서고, 봉화가 세워지고, 조약이 맺어novel.munpia.com 네이버 웹소설도 같이 업데이트 됩니다. https://naver.me/Grgq3vBB카엘의 모험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칼레온 남쪽 경계까지 하루. 하크라드 서문을 빠져나올 때 성벽 위에서 횃불이 꺼지고 있었다. 새벽의 마지막 불. 그 불빛이 등 뒤에서 사라지는 순간, 카엘은 3년을 보낸 도시와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세 사람은 숲길을 걸었다. 카엘이 선두, 넬이 후위, 리온이 중간.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고, 해가 뜬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포장도로를 피하고 숲 사이의 비포장 길을 탔다. 젖은 낙엽이 발밑에서 뭉개졌다. 흙 냄새가 올라왔다. 밤새 내린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아 바지 아래쪽이 금세 축축해졌다. 나뭇가지가 어깨를 스칠 때마다 이슬이 떨어져 목덜미를 적셨다. 카엘은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리온과 넬이 따라오는 소리로 충분했다. 리온의 가죽 부츠는 바닥이 얇아서 특유의 찰칵거리는 소..
리온은 다음 날 저녁에 왔다. 검은 종 여관 2층. 카엘의 방. 문을 두드리기 전에 특유의 노크가 왔다. 세 번. 짧게-짧게-길게. 리온이 자기를 알리는 방식이었다. 5년 전부터 바뀌지 않은 신호. 문을 열자 리온이 후드를 벗으며 들어왔다. 검은 후드 아래에서 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반엘프 특유의 가늘고 긴 귀가 후드에서 빠져나왔다. 가죽 배낭을 의자 옆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마른 과일을 꺼내 입에 넣었다. 씹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하지만 리온의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두드려졌다. 돈 얘기가 아니다. 위험한 얘기. "빠르게 갈게." "그래." "하나. 코벤은 살아서 돌아왔어. 이틀 전. 발렌에게 보고를 마쳤어." "예상했어." 코벤이라면 살아남는다. 유적이 무너..
이틀 뒤. 하크라드.남쪽 성벽이 먼저 보였다. 회색 돌담 위로 굴뚝 연기가 여러 줄 피어올랐다. 대장간 망치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쇠를 때리는 규칙적인 리듬. 익숙한 소리였다. 3년간 매일 들은 소리. 검은 종 여관이 보였다. 낡은 간판. 검은 종 모양이 바람에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나무가 갈라진 틈에서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술 냄새가 문 밖까지 새어나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카엘이 떠난 지 열닷새밖에 안 됐는데, 한 달은 지난 것 같았다. 카엘이 문에 손을 얹었다. 기름기와 땀이 배어든 오래된 나무. 손바닥이 기억하는 질감. 3년간 하루에 두 번씩 밀었던 문. 밀었다. 넬이 뒤따랐다. 안쪽은 어두웠다. 낮인데도 창이 작아서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구석 탁자에서 용병 둘이 주사위..
다음 날. 카엘은 리온을 불렀다. 주막 1층. 아침 햇살이 작은 창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먼지가 빛 속에서 떠다녔다. 리온이 나무 탁자에 앉아 마른 과일을 씹고 있었다. 아침부터. "볼턴 교수랑 엘시는 레칸에 남겨. 치료가 먼저야. 하르만 박사도." "넬은?" "넬이랑 나. 하크라드로 먼저 간다." 리온의 과일 씹는 소리가 멈췄다. 금색 눈이 카엘을 봤다. "왜 나는 빼?" "하크라드에서 정보가 필요해. 발렌이 뭘 준비하고 있는지. 아렌이라는 여자가 뭔지. 코벤이 살아 돌아갔는지." 리온의 금색 눈이 반짝였다. 정보상의 눈.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두드려졌다.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내 일이지." "그래." "근데 왜 넬이 같이 가?"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리온이 한숨을 쉬었다. ..
레칸까지 하루 반. 균열지대를 빠져나오자 발밑이 달라졌다. 갈라진 바위가 끝나고 흙이 시작됐다. 마른 흙이었다. 풀은 아직 드물었지만, 부츠 밑창에 닿는 감촉이 달랐다. 유적 안의 돌바닥도, 균열지대의 자갈밭도 아닌, 흙. 평범한 흙. 그 평범함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열이틀 전에는 느끼지 못했을 감각이었다. 부상자 둘. 엘시의 종아리, 볼턴의 무릎. 카엘이 번갈아 업고 걸었다. 넬이 전위, 리온이 후위. 하르만 박사는 안경 없이 넬의 등을 따라 걸었다. 박사의 발이 돌부리에 걸릴 때마다 넬이 한 팔을 뻗어 잡았다. 말없이. 넬은 그렇게 했다. 말 대신 팔이 먼저 움직이는 남자였다. 볼턴을 업고 있을 때는 무거웠다. 60대 남성의 체중이 등에서 어깨로 내려왔다. 부러진 무릎에서 열이 났다. 카엘의 등에 닿..
넬은 소리를 들었다. 돌이 무너지는 소리. 위에서. 아래에서. 사방에서. 벽의 금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번지고 있었다. 넬은 하르만 박사의 손을 잡고 달렸다. 넬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말보다 빨랐다. "빨리!" "가, 가고 있어요!" 박사가 헐떡이며 달렸다. 안경은 진즉에 잃어버렸다. 앞이 흐릿한 상태로 넬의 손만 잡고 달렸다. 넬의 넓은 등이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것이 유일한 지표였다. 통로 천장에서 돌이 떨어졌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 넬이 박사를 밀치며 피했다. 돌이 넬의 어깨를 스쳤다. 도끼를 맨 쪽 어깨. 가죽 끈이 찢어지면서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피가 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앞에 빛이 보였다. 청백색. 카엘의 빛. 통로 끝에서 빛이 다가왔다. 빠르게. 카엘이었다...
통로를 걸으며 리온이 말했다. 전부. 목소리는 낮았다. 청백색 빛이 리온의 금색 눈에 반사되며 흔들렸다. 코벤의 어깨 부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소거법으로 엘시를 미끼 자리에 몰아넣었다는 것. 석상 앞에서 가장 먼저 반대편 통로로 뛰어들었다는 것. 양팔을 자유롭게 쓰면서. 리온의 말은 빠르고 정확했다. 감정이 실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톤을 눌렀지만, 손가락이 허벅지 옆에서 쉴 새 없이 두드려지고 있었다. 카엘은 걸으며 들었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한 번도. 리온이 말을 끝냈다. "카엘?" "들었어." "그게 끝이야?" "발렌의 부하답네." 카엘은 앞을 보며 걸었다. 더 말하지 않았다. 오른손이 검 자루 위에 올려져 있었다. 습관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확인하는 손. 리온은 5년을 같이 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