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자, 하늘.
크로노리프트 10화 사냥개들 #01 본문
칼레온 남쪽 경계까지 하루.
하크라드 서문을 빠져나올 때 성벽 위에서 횃불이 꺼지고 있었다. 새벽의 마지막 불. 그 불빛이 등 뒤에서 사라지는 순간, 카엘은 3년을 보낸 도시와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세 사람은 숲길을 걸었다. 카엘이 선두, 넬이 후위, 리온이 중간.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고, 해가 뜬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포장도로를 피하고 숲 사이의 비포장 길을 탔다. 젖은 낙엽이 발밑에서 뭉개졌다. 흙 냄새가 올라왔다. 밤새 내린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아 바지 아래쪽이 금세 축축해졌다. 나뭇가지가 어깨를 스칠 때마다 이슬이 떨어져 목덜미를 적셨다.
카엘은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리온과 넬이 따라오는 소리로 충분했다. 리온의 가죽 부츠는 바닥이 얇아서 특유의 찰칵거리는 소리가 났고, 넬의 발은 묵직했다. 도끼가 등에서 가죽 끈에 걸려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소리. 그 세 가지 소리가 유지되는 한 뒤를 볼 필요가 없었다.
해가 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참나무 가지 사이로 빛줄기가 내리꽂혔다. 칼레온 영지의 남부 삼림대였다. 하크라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숲이 점점 짙어지다가 국경 근처에서 끊긴다. 그 너머가 노르비스.
아침부터 아무도 말이 없었다. 리온조차. 리온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건 상황이 가볍지 않다는 뜻이었다.
정오쯤 리온이 멈췄다.
카엘도 멈췄다. 리온의 발이 멈추면 이유가 있다. 항상.
"뒤에 있어."
리온의 목소리가 낮았다. 반엘프의 귀. 인간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귀.
카엘이 돌아봤다.
"몇?"
리온이 귀를 세웠다. 금색 눈동자가 좁아졌다. 3초. 입술이 움직이며 소리를 분류하고 있었다.
"말 네 마리. 2킬로쯤 뒤. 빨라."
빨라. 그 한마디가 문제였다. 보통 속도로 오는 기마병이라면 순찰이다. 빠르다는 건 목표가 있다는 뜻이다.
카엘은 주변을 봤다. 왼쪽은 숲.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덤불이 허리까지 올라왔다. 말이 들어오기 어려운 밀도. 오른쪽은 얕은 계곡. 깊이는 사람 키 두 배쯤. 물은 없고 바위가 널려 있었다. 앞은 열린 평지로 이어지는 길. 평지로 나가면 끝이다. 네 필의 말을 두 다리로 따돌릴 수 없다.
"숲으로."
세 사람이 숲 안으로 들어갔다. 참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카엘은 굵은 나무 뒤에 등을 붙이고 검에 손을 얹었다. 뽑지는 않았다. 아직.
넬은 카엘에서 열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섰다. 도끼를 어깨에서 내려 한 손으로 잡았다. 눈이 길을 향해 고정돼 있었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전투 태세가 완성되는 남자였다.
리온은 두 사람보다 안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나무 뒤에 쪼그리고 앉아 호흡을 죽였다. 정보상은 칼을 안 잡는다. 그게 리온의 원칙이었고, 카엘도 리온에게 칼을 들라고 한 적이 없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숲 너머에서 둔탁하게 울리던 진동이, 점점 선명해져 말의 숫자와 속도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네 마리. 리온의 판단이 맞았다.
기마병 네 명이 길 위를 지나갔다. 칼레온 문장이 새겨진 경갑옷. 어깨 장식에 붉은 술이 달려 있었다. 발렌의 병사. 일반 순찰대가 아니었다. 선두의 기마병이 손을 들었다. 넷이 멈췄다.
말이 코를 불며 고개를 흔들었다. 콧김이 하얗게 퍼졌다. 선두가 안장 위에서 좌우를 살폈다. 눈이 날카로웠다. 흔적을 찾고 있었다.
지나가려는 줄 알았다.
넬의 도끼가 나뭇가지를 스쳤다. 찰각. 작은 소리였다. 새 한 마리가 놀라 날아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했다. 훈련된 병사의 귀에는.
선두가 고개를 돌렸다. 숲 안쪽을 봤다. 눈이 좁아졌다.
"숲에 누가 있어."
넷이 말에서 내려 검을 뽑았다. 동시에. 한 명이 말고삐를 나무에 묶었다. 숲 안으로 들어올 준비. 이 넷은 말 위에서만 싸우는 기병이 아니었다. 지상에서도 전투가 가능한 인원. 발렌이 보낸 추적대.
카엘은 넬을 봤다. 넬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변명도 없었다. 따질 시간이 없었다.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넬. 왼쪽 둘."
넬이 도끼를 내렸다. 날이 흙 위의 낙엽을 건드리며 사각거렸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리온. 나무 뒤에 있어."
카엘이 검을 뽑으며 숲 밖으로 나섰다. 그림자에서 빛 속으로. 오후 햇살이 검날 위에서 번쩍였다.
선두가 카엘을 봤다. 은색 머리카락. 관자놀이에서 뒤통수까지 번진 은색이 햇빛 아래에서 눈에 박혔다.
"저 놈이다!"
선두의 목소리에 긴장이 아닌 확신이 실려 있었다. 찾던 것을 찾았다는 톤.
넷이 진형을 짰다. 둘이 정면, 둘이 좌우로 벌렸다. 간격을 유지한 채 반원을 그리며 접근했다.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발렌의 추적대라면 일반 보병이 아니다. 최소 근위대급. 야전 경험이 있는 자들.
카엘은 검을 한 손에 쥐고 자세를 낮췄다. 왼발이 앞, 오른발이 뒤. 무릎을 살짝 굽혔다. 무게중심을 낮추는 것. 수비대 시절 수천 번 반복한 기본 자세였다. 왼손은 비어 있었다. 손등의 은빛 실선이 맥박쳤지만 전투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켤 수도 끌 수도 없는 빛이다. 카엘의 무기는 검과 단검, 그리고 3년간의 독립 용병 생활이 만든 반사신경이었다.
선두가 먼저 왔다. 빨랐다. 저자세에서 찌르기. 목을 노렸다. 검끝이 공기를 가르며 직선으로 들어왔다. 허풍이 없는 검이었다. 가장 짧은 거리를,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치명적인 곳을 노렸다.
카엘이 목을 비틀며 검으로 흘렸다. 칼날이 스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금속이 금속을 긁는 날카로운 마찰음. 선두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 카엘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떨어졌다. 은색 머리카락이 햇빛 속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가까웠다.
동시에 두 번째가 옆에서 들어왔다. 횡베기. 허리 높이. 선두가 시선을 잡는 사이 측면에서 마무리하는 전술. 연계가 돼 있었다. 카엘이 몸을 낮추며 선두의 명치를 검 자루로 때렸다. 자루 끝의 쇠구가 갑옷 틈을 뚫고 명치에 박혔다. 선두가 숨이 막혀 구부러지는 순간, 카엘의 검이 돌아오며 두 번째의 검을 쳐올렸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손목이 꺾이는 각도. 두 번째가 검을 놓쳤다. 검이 흙 위에 떨어지기 전에 카엘의 무릎이 턱을 올려쳤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두 번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눈이 풀렸다.
두 명이 쓰러지는 데 4초.
카엘의 호흡이 한 박자 흔들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전투 중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끝나면 몰려온다. 왼쪽 어깨에 선두의 첫 찌르기가 남긴 바람이 아직 느껴졌다. 1센티미터만 안쪽이었으면 목이었다.
왼쪽에서 넬의 도끼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쇠가 쇠를 때리는 무거운 울림. 넬이 세 번째의 검을 도끼로 눌러 잠갔다. 도끼 날이 검날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실어 아래로 눌렀다. 세 번째가 검을 빼려 했지만 넬의 팔 힘이 더 셌다. 잠긴 채로 넬이 이마를 앞으로 내밀었다. 코뼈를 때렸다. 피가 터졌다. 붉은 것이 세 번째의 얼굴에서 넬의 이마에까지 튀었다.
세 번째가 뒤로 물러나며 자세를 잡으려 했다. 넬이 허락하지 않았다. 도끼 자루 끝을 뒤집어 짧게 찔렀다. 명치. 정확했다. 무릎이 꺾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넬이 도끼를 어깨에 올리며 카엘을 봤다. 이마에 남의 피가 묻어 있었다. 붉은 줄이 눈썹 위에서 코를 타고 흘렀다. 손등으로 한 번 닦았지만 피는 번졌을 뿐이었다.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네 번째가 판단이 빨랐다. 싸우지 않고 돌아서 말을 향해 뛰었다. 보고하러 가는 것이다. 여기서 셋이 쓰러진 걸 전하면 다음에는 넷이 아니라 열이 온다. 스물이 온다. 놓치면 안 됐다.
카엘이 단검을 뽑아 던졌다. 15미터. 나무 사이를 꿰뚫는 궤적. 단검이 회전하며 날아가 병사의 허벅지 뒤를 관통했다. 힘줄.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건 순간이다. 병사의 다리가 풀리며 얼굴부터 땅에 박혔다. 낙엽과 흙이 튀었다. 신음이 숲 안에서 짧게 울렸다.
카엘은 숨을 내쉬었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보냈다. 맥박이 아직 빨랐다.
선두가 바닥에서 검을 집으려 했다. 카엘이 걸어가 선두의 손등을 밟았다. 부츠 밑에서 손가락 관절이 땅에 눌렸다.
"움직이면 손을 잃어."
선두가 멈췄다. 올려다봤다. 눈에 공포가 아닌 분노가 있었다. 이가 갈리고 있었다. 졸개가 아니었다. 졸개는 이 상황에서 빌거나 도망치지, 분노하지 않는다.
카엘은 선두의 눈을 봤다. 3년 전에도 이런 눈을 봤다. 발렌의 직속 부대. 충성심으로 무장한 병사들. 명령에 죽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명령을 실패하는 것은 두려워하는 부류. 한때 카엘도 그 부류에 속했다. 발렌의 명령이라면 어디든 갔고, 무엇이든 했다. 37명이 죽기 전까지는.
"발렌한테 전해."
카엘이 발을 떼며 말했다. 선두의 손등에 부츠 자국이 붉게 남았다.
"다음에는 본인이 와."
리온이 숲에서 나왔다. 어깨에 낙엽이 묻어 있었다. 금색 눈이 바닥에 쓰러진 넷을 훑었다.
"급이 달라. 근위대야?"
"그 정도."
"네가 안 다친 게 신기한데."
카엘의 왼쪽 귀 위로 머리카락이 짧게 잘려 있었다. 선두의 첫 찌르기. 1센티미터만 안쪽이었으면 귀가 날아갔다.
리온이 그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이 허벅지 위에서 두 번 두드려졌다. 위험한 상황에서 나오는 리온의 습관. 말은 하지 않았다.
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가져가자. 걷는 것보다 빠르니까."
넬이 말 네 마리를 끌고 왔다. 고삐를 한 손에 모아 쥐고, 다른 손으로 도끼를 등에 매고 있었다. 안장이 달려 있었다. 짐 가방에 식량과 물이 있었다. 마른 빵, 소금에 절인 고기, 가죽 물통 두 개. 추적대가 며칠을 이동할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카엘은 네 번째 병사에게 걸어갔다. 엎드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허벅지 뒤에 단검이 박혀 있었다. 무릎을 꿇고 단검을 뽑았다. 한 번에. 병사가 비명을 삼켰다. 이를 악물어 소리를 죽였다. 의식은 있었다. 힘줄이 끊어졌으니 당분간 걷지 못한다. 죽지는 않는다.
카엘이 병사를 내려다봤다.
"발렌한테 전해."
병사가 카엘을 올려다봤다. 공포. 아까 선두와는 달랐다. 이 병사의 눈에는 분노가 없었다. 순수한 공포만 있었다. 넷이 10초 만에 무너지는 걸 땅에 엎드린 채 들었을 것이다.
"다음에는 졸개가 아니라 본인이 와."
카엘이 일어섰다. 단검의 피를 바지에 쓱 닦고 허리춤에 꽂았다. 말에 올라탔다. 안장이 낯설었다. 칼레온 군용 안장이었다. 3년 전까지 매일 앉던 것과 같은 형태. 몸이 기억했다. 그게 불쾌했다.
세 사람이 남쪽으로 달렸다. 숲길을 벗어나 열린 들판으로. 말의 발밑에서 풀이 꺾이고 흙이 튀었다.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카엘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숲에 남겨둔 넷은 살아 있다. 죽이지 않았다. 죽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발렌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까.
리온이 옆에서 말을 달리며 소리쳤다. 바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 읽었다.
"빠르게!"
카엘이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이 더 빠르게 내달렸다. 발밑의 풀이 녹색 줄무늬가 되어 스쳐 지나갔다.
---

노르비스 국경은 칼레온에서 이틀 거리였다. 말이 있으니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국경이라고 해서 성벽이 있는 건 아니었다. 강 하나가 두 영지를 갈라놓고 있었다. 하른 강. 폭 30미터. 깊지는 않지만 빠른 물살. 수면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강 양쪽에 갈대가 무성했고, 물 위로 벌레가 날았다. 갈대 사이에서 물새가 날아올랐다 다시 내려앉았다. 강물은 맑았다. 바닥의 자갈이 보일 정도로. 그 맑은 물이 빠르게 흘러갔다. 수면 위에 물거품이 일었다 사라졌다. 공식 도하 지점에는 양쪽 초소가 있었다.
"초소를 피해야 해."
리온이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강 쪽을 바라보는 눈이 좁아져 있었다.
"발렌이 손을 썼을 수도 있어. 노르비스 쪽에도."
"비밀 교섭 중이라고 했잖아."
"그래. 발렌과 노르비스가 뒤에서 무슨 거래를 하는지 모르니까."
리온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빠져 있었다. 평소의 리온이라면 "수영하자"거나 "물고기라도 잡자"라고 했을 것이다. 장난이 사라진 리온은 다른 사람 같았다. 금색 눈이 강 상류를 훑었다.
카엘은 지도를 봤다. 추적대의 짐 가방에서 나온 것이다. 양피지에 먹으로 그린 칼레온 남부 지도. 강의 흐름, 초소 위치, 마을 표시가 돼 있었다. 추적대가 들고 다닌 것이라면 최신 정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상류에 얕은 곳이 있어. 여기."
카엘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었다. 손톱 아래에 아까 전투에서 묻은 흙이 끼어 있었다. 강의 상류 쪽, 숲으로 덮인 구간. 초소에서 5킬로 떨어진 곳. 지도에는 '여울'이라고 적혀 있었다. 추적대가 이 경로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추적대는 이미 숲에 누워 있다.
"말은?"
넬이 물었다. 두 글자. 넬다운 질문이었다.
"두고 가야 해. 물살에 말이 버티지 못해."
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말에서 내려 안장의 짐을 풀기 시작했다. 넬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상황을 듣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필요한 것만 빼고 나머지는 안장에 남겼다. 마른 빵 반 덩이, 소금 고기, 물통 하나. 그게 세 사람이 가져갈 전부였다.
해가 지기 전에 도하 지점에 도착했다. 말을 나무에 매고 강가로 내려갔다. 갈대를 헤치며 물가에 섰다. 물소리가 가까이서 들으니 생각보다 셌다. 강 가운데가 하얗게 거품을 일으켰다. 바위가 있는 것이다.
리온이 강물에 손을 담갔다 뺐다. 손가락 끝이 붉어져 있었다.
"미친 듯이 차가워."
카엘은 대답하지 않고 부츠를 벗지 않은 채 물에 들어갔다.
물이 차가웠다. 발목을 지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허벅지까지 잠기는 깊이. 강바닥은 자갈이었다. 미끄러웠다. 물살이 허벅지를 밀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이 강바닥에서 밀려났다. 상체를 낮추고 물살에 맞서 걸었다.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구간이 한 곳 있었다. 이를 악물고 지나갔다.
반대편 강둑에 손이 닿았다. 갈대를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옷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부츠 안에서 물이 찍찍거렸다.
리온이 뒤따랐다. 리온의 몸은 카엘보다 가벼웠고, 반엘프의 균형감은 사람보다 나았다. 그래도 물 한가운데에서 한 번 비틀거렸다. 카엘이 손을 내밀었다. 리온이 잡고 올라왔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금색 눈이 투덜거리듯 카엘을 봤다.
"미리 말해줘. 물이 이렇게 찬 건."
"겨울이니까."
"겨울이면 얼어야 할 물이 흐르고 있는 거잖아."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넬은 도끼를 머리 위로 들고 건넜다. 어깨 위로 올린 도끼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은 균형을 잡기 위해 벌렸다. 물이 넬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넬의 체구라면 무게추 역할을 해서 물살에 덜 밀렸다. 묵직하게, 한 발씩, 흔들림 없이 건넜다.
세 사람이 반대편에 섰다.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바람이 불 때마다 살갗이 오그라들었다. 넬이 도끼를 땅에 세우고 팔을 떨었다. 물을 털어내는 것이었다. 리온은 후드를 벗고 머리카락을 짜서 물을 빼고 있었다. 반엘프의 긴 귀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노르비스 영토.
카엘은 뒤를 돌아봤다. 강 건너편. 칼레온의 숲. 나무 사이에 매어둔 말 네 마리가 보였다. 하나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봤다. 3년을 보낸 땅이 강 하나 너머에 있었다. 검은 종 여관. 삐걱거리는 마루. 헤벨라 공동묘지의 참나무. 세라의 묘비. 전부 저쪽에 있었다.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다.
돌아가고 싶은지도 몰랐다.
"가자."
카엘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평했다. 돌아보는 것은 이미 했다. 한 번이면 충분했다.
젖은 부츠에서 물이 새며 발자국마다 진흙이 짙게 눌렸다. 세 사람의 발자국이 강둑의 진흙 위에 남았다. 곧 바람이 말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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