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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리프트 - 프롤로그 본문

프롤로그
처음 기억나는 건 냄새다.
축축한 흙. 녹슨 철. 촛불도 없는 갱도 안에서 열일곱의 카엘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고아였다.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기억나는 건 고아원의 찬 마루와, 쫓겨나듯 밀려 들어간 광산뿐이다. 견습생이라고 불렀지만 실상은 잡부였다. 곡괭이를 쥐고, 어른들이 안 들어가는 갱도에 들어갔다.
그날도 그랬다.
폐광 깊은 곳. 바닥이 끝나는 자리에 무언가 있었다. 은빛이었다. 파란빛이 섞여 있었다. 돌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았고, 불이라고 하기엔 차가웠다. 만지면 안 된다는 걸 몸이 알았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손끝이 닿는 순간, 세상이 사라졌다.
이틀을 깨지 못했다. 깨어났을 때 갱도 바깥이었다. 누가 꺼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몸에 이상은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11년이 흘렀다.
---
스물한 살에 칼을 잡았다. 칼레온 수비대. 3번 독립중대. 대장이 됐다.
영주 발렌 아슈포드 직속. 발렌은 카엘의 칼을 높이 샀다. 전장에 세우고, 승전을 거두고, 이름을 올려줬다. 회색 칼날. 카엘은 그 별명이 싫었다. 하지만 이름은 본인이 정하는 게 아니었다.
부하가 있었다. 37명. 이름을 전부 기억한다. 지금도.
세라가 있었다.
군의관이었다. 갈색 머리카락. 보조개. 웃을 때 왼쪽 볼에 선이 잡혔다. 눈 색깔은 — 갈색이었나. 호박색이었나. 3년이 지났다. 매일 떠올리는데도 흐려진다. 그게 제일 무섭다.
라벤라 향은 아직 기억한다. 세라가 만들어준 약초 주머니. 라벤더와 캐모마일을 섞어 헝겊에 쌌다. 그 주머니를 3년간 매일 새 꽃으로 채웠다. 향이라도 남아 있는 것처럼.
---
노르비스 국경. 3년 전.
발렌이 중대를 전진시켰다. 적 본대의 주의를 끌어라. 증원은 뒤따른다. 명령이었다.
증원은 오지 않았다.
카엘이 알아챘을 때 이미 열다섯이 쓰러져 있었다. 포위됐다.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카엘뿐이었다. 나가지 않았다. 마지막 한 명이 넘어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세라는 서른일곱 번째였다.
등에 업고 빠져나왔을 때 이미 맥이 없었다. 피가 따뜻해서 죽은 줄 몰랐다.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 같았다. 잠든 게 아니었다.
발렌은 승전보를 올렸다. 카엘의 중대가 적을 묶어둔 사이, 우회한 주력이 후방을 쳤다. 완벽한 작전이었다. 미끼가 전멸한 것만 빼면.
---
제대했다. 검 하나 들고 하크라드로 왔다. 검은 종 여관에 방 하나를 잡았다.
3년이 지났다.
감정을 끄는 법을 배웠다. 정확히는, 감정이 꺼져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매일이 같다. 의뢰를 받는다. 사람을 죽인다. 검을 닦는다. 돌아온다. 물을 마신다. 밤에 라벤라 주머니를 심장 위에 올리고 눈을 감는다.
꿈은 꾸지 않는다. 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실패한 날에는 세라가 나온다. 웃고 있다. 눈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깨면 천장이다. 갈라진 벽. 얼룩진 천장. 삐걱거리는 마루.
살아 있다는 증거는 그것뿐이다.
언젠가 이 검을 내려놓는 날이 올까. 아무것도 들지 않은 손으로, 아무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날이.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가 없으니까.
오늘도 의뢰를 받았다. 금화 스물다섯. 노르비스 수비대 스물한 명.
남쪽으로 걸었다. 피 냄새가 외투에 배어 있었다. 하크라드까지 반나절.
검을 닦아야 한다. 피가 마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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