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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서두르지 말고 네가 가고 싶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 사랑한다. 본문

넉두리, 번뇌/월드잡소리

아들아. 서두르지 말고 네가 가고 싶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 사랑한다.

가온아 2025. 7. 31. 09:00
너의 길, 너의 속도: 결승점을 향한 묵묵한 전진

너의 길, 너의 속도
결승점을 향한 묵묵한 전진

프롤로그: 인생이라는 긴 경주를 시작하는 너에게

사랑하는 아들아(혹은 후배님), 이제 막 너만의 출발선에 선 너의 모습을 보니 문득 긴 마라톤 경주가 떠오르는구나. 벅찬 설렘과 함께, 어쩌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하는 그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출발 신호가 울리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옆 레인의 주자를 곁눈질하게 되지. '저 사람은 나보다 빠른가?', '나는 너무 뒤처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쉼 없이 우리를 흔들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옆 레인의 선수를 보지 않는단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자신만의 결승점에만 머물러 있지. 이것이 오늘 내가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다. 이 글은 너를 향한 꾸지람이 아니라, 먼저 비슷한 길을 걸어보며 넘어지고 깨달았던 아빠(선배)의 작은 지혜를 나누는 따뜻한 응원의 편지란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우리는 왜 자꾸 옆 레인을 쳐다볼까?: 비교라는 함정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 모른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무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정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은 우리를 채찍질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를 갉아먹는 '함정'으로 작용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소셜미디어(SNS)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비교의 함정이 더욱 깊고 교묘해졌다. 우리는 타인의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들, 잘 편집된 성공의 결과물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된다. 그들의 '하이라이트 모음집'과 나의 '전체 영상'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조급함에 시달리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비교는 기쁨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러한 비교가 우리에게서 앗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그 대가는 다음과 같다.

  • 에너지의 고갈: 남을 의식하고, 그들의 평가에 신경 쓰고,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데에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정작 나의 길을 개척하고, 내면을 다지는 데 써야 할 소중한 에너지가 엉뚱한 곳에서 새어나가는 셈이다.
  • 자기 페이스의 상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억지로 나를 맞추려다 보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지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탈진(burnout)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길이다.
  • 행복의 기준 왜곡: 행복의 기준이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나'가 아니라 '남보다 나은 나'가 되는 순간, 진정한 만족은 멀어진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이 경주에는 끝이 없다. 결국 나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겨버리는 것과 같다.

승자의 시선: 오직 결승점만을 바라보는 힘

그렇다면 이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경주에 집중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바로 '승자의 시선'을 갖는 데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승자란 남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끝내 자신의 길을 완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1. 나만의 '결승점'을 정의하는 것: "승자는 항상 결승점만 바라보고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만의 '결승점'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결승점이란 사회가 정해놓은 획일적인 성공의 기준—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 높은 연봉—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오직 너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나의 모습', '내가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치'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목표다.

이 명확한 자기 목표는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나침반과 같다. 세상의 소음이 거세고, 주변의 속도가 너를 불안하게 할 때, 이 내면의 나침반은 네가 가야 할 방향을 굳건히 가리키며 너를 지켜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가든, 얼마나 빨리 가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너에게는 너만의 명확한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2. 비교로부터의 자유: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다."

나만의 결승점이 명확해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생각해보렴. 세상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출발선에서, 각기 다른 재능과 환경을 가지고, 심지어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자신만의 트랙을 달리고 있다. 사과와 오렌지의 맛과 향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저마다의 고유한 여정을 걷는 사람들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처음부터 성립 불가능한 어리석은 일이다.

비교를 멈추는 것은 오만함이 아니다. 오히려 '나'라는 존재의 세상 유일한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자존감'의 가장 확실한 표현이다. 이제 비교에 쓰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경쟁 상대는 옆 레인의 선수가 아니라, 오직 '어제의 나' 자신뿐이다. 어제보다 책 한 페이지를 더 읽고, 어제보다 10분 더 일찍 일어나고, 어제보다 한 번 더 용기를 낸 '오늘의 나'를 만드는 데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건설적이고 위대한 경쟁이다.

3. 과정의 위대함: "묵묵히 앞을 보고 조금씩 전진하자."

마지막으로, '묵묵히, 조금씩' 나아가는 태도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묵묵히' 나아간다는 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목표에만 집중하며 꾸준히 걸어가는 단단한 태도를 의미한다. 때로는 고독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간이 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조금씩 전진'한다는 것은 거창한 한 걸음이 아닌, 매일 내딛는 아주 작은 한 걸음의 중요성을 아는 지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노력들이 시간이 지나며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사람들은 이를 복리 효과(Compound Effect)라고 부른다. 아래 그래프는 매일 1%씩 성장하는 꾸준함이 얼마나 폭발적인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결승점에 도달하는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목표를 향해 묵묵히,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너를 성장시키고,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는 모든 순간이 너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보상임을 기억하렴.

⭐ 핵심 요약: 승자의 시선

  • 나만의 결승점 정의: 사회적 성공이 아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진정한 목표를 설정하라. 이것이 당신의 내면의 나침반이 된다.
  • 비교로부터의 자유: 경쟁 상대는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 뿐이다. 비교에 쓰던 에너지를 자기 성장에 투자하라.
  • 과정의 위대함 수용: 화려한 결과보다 묵묵히 나아가는 과정을 즐겨라. 매일의 작은 한 걸음이 복리 효과를 통해 위대한 변화를 만든다.

너의 길을 걷는 연습: 일상 속 작은 실천들

이러한 철학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너의 삶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연습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거창할 필요 없이,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이다.

  • 나만의 목표 지도 그리기: 노트를 펴고 '1년 후 나의 모습',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자유롭게 적어보렴. 글로 쓰고 시각화하는 행위는 목표를 훨씬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 '나'와 대화하는 시간 갖기: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좋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거나, 일기장에 솔직한 네 마음을 쏟아내 보렴. 외부의 소음 속에서 듣지 못했던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 나의 작은 성공 축하하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계획했던 분량의 책을 다 읽었다"거나 "하기 싫었던 운동을 30분 해냈다"와 같은 작은 성취들을 스스로 칭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이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건강한 자극 선택하기: 너에게 불안감과 조급함만 안겨주는 SNS 계정이나 커뮤니티는 의식적으로 멀리하렴. 대신 너에게 영감을 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 책, 콘텐츠를 가까이하는 '정보 다이어트'를 실천해보자.

에필로그: 너의 경주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며

결국 인생이라는 경주는 누가 더 빨리 결승선에 도착하느냐의 속도 경쟁이 아니란다.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끝까지 완주해내는 기나긴 여정이지. 때로는 지치고 외로워서 자꾸만 옆 레인을 쳐다보고 싶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늘 아빠(선배)가 해준 이 이야기를 기억해주렴.

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이며, 너의 길 역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흔들리고 주저앉고 싶을 때, 언제나 너의 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줄 내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그러니 사랑하는 아들아(후배님),
너의 결승점을 향해, 너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가렴.
너의 길이기에 세상 가장 아름다울 그 길을, 이 아빠(선배)가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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